우리는 모두 지구 여행길의 길동무입니다
우리 한의원은 재래시장 귀퉁이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생선 비린내와 과일 향이 뒤섞이고, 아주머니들의 흥정 소리가 창문 너머로 들려오는 그 골목 안에요. 요란하지도 않고 화려하지도 않지만, 그래서인지 오히려 오랜 단골들이 편하게 드나드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그 단골 중 한 분이 바로 야채가게를 하시는 박 선생님입니다. 올해로 예순이 되신 분인데, 마르고 호리호리한 체형에 언제나 낡은 앞치마를 두르고 계세요. 새벽부터 일어나 시장을 열고, 온종일 무거운 야채 상자를 나르면서도 손님들에게 늘 빙긋 웃으시는 분입니다.
"선생님, 오늘도 건강하시죠?"
인사는 언제나 그분이 먼저였습니다.
허리가 아파 침을 맞으러 오실 때도,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저를 향해 고개를 꾸벅 숙이시며 "늘 감사합니다" 하고 말씀하셨죠.
그런 그분이 어느 날 평소와 조금 다른 표정으로 문을 여셨습니다. 허리 때문이 아니었어요.
"선생님, 나이가 드니까 그런가요… 요즘 혈압이 자꾸 오른다고 하네요. 간수치도 걱정이라고 해서요."
말씀하시는 내내 멋쩍게 웃으셨지만, 그 눈빛 안에는 작은 두려움이 담겨 있었습니다. 평생 몸 하나 믿고 살아오신 분이 처음으로 몸의 이상 신호를 느끼셨을 때의 그 낯선 무게감이 느껴졌습니다.
진찰을 해보니 전형적인 **소양인(少陽人)**이셨습니다. 소양인은 기질적으로 바깥을 향한 에너지가 강하고, 남을 먼저 챙기는 성품을 타고난 체질입니다. 밝고 사교적이지만, 정작 자신의 속마음은 잘 표현하지 않죠.
평생 시장에서 손님들과 웃으며 지내셨지만, 정작 서운한 일이 있어도 싫은 소리 한마디 하지 못하신 분이었습니다. 그 꾹꾹 눌러 담은 감정들이 몸 안에서 열(熱)이 되어 쌓여 있었고, 새벽부터 이어지는 고된 노동과, 바쁜 틈에 허기를 달래던 밀가루 과자와 인스턴트 간식들이 결국 혈압과 간에 부담을 주고 있었던 것입니다.
🩺 주요 증상
- 혈압 상승
- 간수치 이상
- 잔뇨감 · 빈뇨
- 상열감 · 갈증
- 식은땀
- 구내염 반복
- 만성 허리통증
소양인 양격산화탕(凉膈散火湯) 계열의 한약을 기본으로, 간 기능 회복과 울체된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치자 · 시호 · 박하의 용량을 늘려 처방하였습니다. 아울러 소양인 체질에 맞는 야채 위주의 식단을 권해드리고, 평소 즐기시던 밀가루 간식과 인스턴트 음식을 줄여주시도록 함께 부탁드렸습니다.
처방을 드리면서 저는 조심스럽게 말씀드렸습니다.
"선생님, 몸이 이렇게 신호를 보낸다는 건… 이제 자신을 조금 더 챙기실 때가 됐다는 뜻이 아닐까요. 평생 주변 사람들 다 챙기셨으니, 이제는 선생님 차례예요."
그분은 한참 말이 없으시다가, 조용히 "맞아요, 그러게요" 하고 웃으셨습니다. 그 짧은 웃음 속에, 오랫동안 쌓인 피로와 안도가 함께 섞여 있는 것 같았습니다.
🌿
한 달 후, 그분에게서 감사 인사가 왔습니다
입병이 낫고, 식은땀도 사라지고,
혈압도 안정되고, 간수치도 모두 정상으로 돌아왔다고요.
✓ 구내염 소실✓ 식은땀 소실✓ 혈압 정상화✓ 간수치 정상
사실 한약이 기적을 부린 것이 아닙니다. 체질에 맞는 처방과 함께, 그분 스스로 식습관을 바꾸고, 자신의 몸을 조금 더 돌아보기 시작하셨기 때문입니다. 몸은 언제나 정직합니다. 귀 기울여 주면, 반드시 응답합니다.
재래시장 귀퉁이 한의원에서 일을 하다 보면, 이곳 사람들의 인생이 고스란히 들여다보일 때가 있습니다. 새벽부터 황혼까지 몸으로 살아온 사람들, 그 손과 허리와 무릎에 새겨진 이야기들을요. 그리고 그 이야기에 조금이나마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이 오늘도 감사하고 벅찹니다.
"우리 모두는 함께 지구 여행길에 오른
길동무입니다."
길동무에게 작은 도움이나마 된 것 같아,
오늘은 참 뿌듯한 하루입니다.
당신의 몸이 보내는 신호에 귀 기울여 주세요.
그 작은 귀 기울임이, 긴 여행을 더 편안하게 만들어 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