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가 안 되고 늘 추운 마른 체형이라면 — 소음인은 왜 여기저기가 함께 아플까
목과 어깨가 늘 뭉쳐 있고, 허리는 디스크 진단을 받았고, 밥을 먹으면 더부룩하고, 밤에 다리에 쥐가 나고, 소변을 자주 보고, 머리에 동전만 한 탈모 자리까지 생겼다. 이렇게 여러 곳이 한꺼번에 불편한 분들이 오십니다. 병원마다 다른 과를 다니면서 각각 약을 받아오셨는데, 정작 "왜 나는 이렇게 여기저기가 다 아픈가"에 대한 답은 못 들으셨다고 합니다.
이런 분들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마른 체형이고, 손발이 차고, 남들보다 추위를 많이 타고, 어려서부터 소화가 약했다는 것입니다.
따로따로 보면 다른 병, 함께 보면 한 가지
한의학은 이 증상들을 따로 떼어 보지 않습니다. 소화가 약하면 먹은 것이 제대로 기운과 피가 되지 못합니다. 기운과 피가 부족하면 몸이 차고, 근육에 영양이 덜 가서 쉽게 뭉치고 쥐가 납니다. 아랫배와 방광이 차면 소변이 잦아집니다. 머리카락도 피가 길러야 자라는 것이라, 기혈이 부족하고 스트레스가 겹치면 탈모 자리가 생기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목·어깨·허리·소화·다리·소변·머리카락이 각각의 병이 아니라, 속이 차고 소화가 약한 몸이라는 한 가지 바탕 위에서 나타난 여러 얼굴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소음인은 이 바탕을 타고납니다
사상체질에서 소음인은 소화기, 즉 비위(脾胃)가 약하고 몸이 차기 쉬운 체질로 봅니다. 몸집이 작고 마른 편이며, 찬 음식을 먹으면 바로 탈이 나고, 긴장하면 속부터 막힙니다. 이런 분께 "많이 드세요", "운동하세요"만 말씀드리면 부족합니다. 먹어도 소화가 안 되고, 몸이 차서 움직일 기운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소음인이 여러 곳이 아프다고 오시면 아픈 자리보다 먼저 속을 봅니다. 배를 만져보면 차고, 맥은 약하고, 혀는 옅은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는 뭉친 목과 허리에 침을 놓더라도, 근본은 소화와 몸의 온기를 되찾는 데 둡니다.
향사양위탕, 소음인의 속을 데우는 처방
소음인의 약한 소화를 돕는 대표 처방 가운데 하나가 향사양위탕(香砂養胃湯)입니다. 이름 그대로 위(胃)를 기른다(養)는 뜻이고, 소화를 돕는 약재와 속을 따뜻하게 하는 약재가 함께 들어갑니다. 저는 이 처방을 바탕으로 그분의 상태에 따라 약재를 더하고 뺍니다. 다리에 쥐가 잦으면 근육을 부드럽게 하는 약재를, 소변이 잦으면 아랫배를 데우는 약재를 더하는 식입니다.
소화가 되기 시작하면 그다음 변화는 대체로 몸이 덜 춥다는 것입니다. 먹은 것이 기운이 되기 시작했다는 뜻입니다. 다만 이 과정의 속도와 정도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수십 년 된 체질을 한 달에 바꾸는 것이 아니라, 몸이 원래 가진 힘이 돌아가도록 방향을 잡아주는 것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만성 소화불량이 오래된 분, 허리 디스크 진단을 받았는데 허리만 치료해서는 잘 안 풀리는 분께도 같은 이야기를 드립니다. 아픈 자리와 함께 그 자리를 만든 몸을 봐야 합니다.
소음인이 평소에 지킬 것
- 찬 물, 찬 과일, 아이스 음료를 줄이세요. 여름에도 미지근한 물이 낫습니다.
- 한 번에 많이 먹기보다 조금씩 자주, 따뜻하게 드세요.
- 배와 발을 따뜻하게 하세요. 잠자리에 들기 전 족욕이 도움이 됩니다.
- 무리한 다이어트는 소음인에게 특히 해롭습니다. 기운이 먼저 빠집니다.
여기저기 아파서 여러 병원을 다니고 계신데 몸이 차고 마르셨다면, 한번 체질부터 봐드리겠습니다. 어느 한 곳이 아니라 몸 전체를 보는 것이 저희가 하는 일입니다.
※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나누기 위한 것으로, 특정한 치료 효과를 약속하지 않습니다. 같은 증상도 체질과 몸 상태에 따라 접근이 달라지므로, 실제 진단과 처방은 진료를 통해 결정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