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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6년 5월 8일

코끝에 묻은 봄 — 비염을 안고 사는 분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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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감수 시온부부한의원 원장

오월의 시장은 늘 분주합니다. 봄나물 향과 햇딸기 단내, 비좁은 골목을 메우는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 그 사이로 바람이 한 번 휘 지나가면, 어디선가 누군가는 어김없이 재채기를 합니다. 환절기, 그것도 꽃가루가 흩날리는 오월이면 우리 한의원 문턱을 코를 훌쩍이며 넘어오시는 분들이 부쩍 늘어납니다.

그중 한 분이 청과상을 하시는 김 선생님입니다. 올해 마흔여덟. 단단한 체구에 어깨가 넓고, 말수는 적지만 한 번 웃으면 눈가가 깊게 접히는 분이세요. 십수 년째 한 가게를 지켜오신 분이라, 시장 어귀의 풍경이 김 선생님 없이는 어딘가 허전할 정도입니다.

"원장님, 또 그놈의 코예요. 이번엔 좀 심하네요."

문을 열고 들어오시는 첫 마디가 늘 그렇습니다. 손에 든 휴지가 이미 한 움큼이고, 코끝은 발갛게 부어 있고, 눈은 잠을 못 주무신 듯 충혈되어 있습니다. 김 선생님의 비염은 십 년이 훌쩍 넘었습니다. 봄과 가을, 환절기마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그것을 처음에는 약국 약으로 버티시다가, 나중에는 항히스타민제를 늘 가지고 다니셨다고 하셨죠. 약을 먹으면 그날은 잠잠해지지만, 끊으면 다시 시작되는 그 반복에 이제는 지치셨다고 했습니다.

"코는 코인데, 정말 코만의 문제일까 싶더라고요."

그렇게 말씀하시며 멋쩍게 웃으시는 눈빛 안에는, 오랜 세월 같은 증상을 안고 살아온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차분한 체념과 작은 기대가 함께 담겨 있었습니다.

진찰을 해보니 전형적인 태음인(太陰人) 이셨습니다. 태음인은 흡수하는 힘이 강하고 안으로 쌓아두는 기질을 타고난 체질입니다. 든든하고 끈기 있지만, 한편으로는 노폐물과 습담(濕痰)이 안에 잘 정체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폐의 기능이 약한 편이라, 외부 자극 — 꽃가루, 미세먼지, 찬 공기 — 에 코 점막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분들이 많지요.

김 선생님의 경우, 새벽 시장에 나가면서 마시는 차가운 공기, 그리고 일을 마친 뒤 늦은 시간 즐기시던 막걸리 한 사발과 기름진 안주가 폐와 비위에 습담을 더 쌓아놓고 있었습니다. 비염은 코에서 드러나지만, 그 뿌리는 코 너머에 있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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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음인 청폐사간탕(淸肺瀉肝湯) 계열의 한약으로 폐의 열을 식히고 안에 쌓인 습담을 풀어내는 처방을 내드렸습니다. 점막의 회복을 돕는 마황 · 길경 · 황금의 비율을 조절하고, 비염이 심한 시기에는 콧속을 따뜻하게 해주는 훈증을 병행하기로 했습니다.

처방을 드리면서 저는 조심스럽게 부탁을 드렸습니다.

"선생님, 약도 약이지만 새벽 공기에 코를 그대로 노출하지는 마세요. 마스크 한 장이 큰 차이를 만들기도 합니다. 그리고 늦은 밤 술과 기름진 음식은 한동안만 줄여주세요. 폐가 회복할 시간이 필요해요."

김 선생님은 잠시 말이 없으시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셨습니다.
"그러게요. 코 핑계로 너무 오래 미뤄왔네요, 다른 것들도."

그 짧은 대답 안에, 오랜 세월 자기 몸을 뒷전으로 미뤄온 한 사람의 작은 결심이 담겨 있는 듯했습니다.

🩺 주요 증상

  • 환절기마다 재발하는 코막힘
  • 잦은 재채기 · 맑은 콧물
  • 야간 코막힘으로 인한 수면 장애
  • 눈 가려움 · 눈물
  • 후비루 · 잦은 헛기침

두 달 후, 김 선생님은 다른 표정으로 오셨습니다

"원장님, 올봄은 좀 다르네요. 잠을 푹 잘 수 있다는 게 이렇게 고마운 일인지 몰랐어요."

코막힘이 잦아들고, 새벽 재채기가 줄고, 무엇보다 깊이 잠드실 수 있게 되었다고 하셨습니다.

✓ 환절기 코막힘 호전
✓ 야간 수면 회복
✓ 후비루 · 헛기침 감소
✓ 전반적 컨디션 회복

물론 한약이 모든 것을 해결한 것은 아닙니다. 김 선생님 스스로 새벽 공기에 마스크를 챙기시고, 늦은 밤의 술자리를 줄이시고, 자기 몸을 조금씩 돌아보기 시작하셨기 때문입니다. 비염은 단지 코의 병이 아니라, 그 사람의 생활과 체질이 함께 만들어내는 신호입니다. 그러니 코만 막아서는 결코 멀어지지 않습니다.

오월의 시장에는 오늘도 코를 훌쩍이는 분들이 계십니다. 누군가는 약 한 알로 그 봄을 견디고, 누군가는 그 신호를 받아들이고 자기 몸과 마주합니다. 어느 쪽이 옳다 그르다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한의원 문턱을 넘어오시는 그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드릴 수 있다는 것이 저에게는 늘 작은 보람입니다.

"우리 모두는 함께 지구 여행길에 오른
길동무입니다."

그 길동무가 봄을 조금 더 편안히 걸으실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오늘도 제가 이 자리에 있는 이유입니다.

당신의 코가 보내는 신호에 귀 기울여 주세요.
그 작은 귀 기울임이, 환절기마다 찾아오는 그 무거운 봄을 한결 가볍게 만들어 줄 테니까요.

고민되는 증상이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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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장

환자의 건강한 삶을 위해 최선을 다해 진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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